Date:
11/09/2009
루스벨트·클린턴도 좌절한 ‘전 국민 건보’ 눈앞
미 하원, 건보 개혁안 통과
미국 하원의 건강보험 개혁법안 통과는 역대 정권에서 추진하다가 좌절된 ‘이상’이 드디어 종착역에 가까워졌음을 뜻한다. 앞으로 상원의 벽을 넘어야 하나, 건강보험 개혁은 이제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최대 국정 과제로 추진하던 건강보험 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상원에서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려면 6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공화당의 의사진행 방해 발언(필리버스터)을 저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은 58명이며, 무소속 2명도 민주당 성향이다. 공화당의 올림피아 스노 의원도 지난달 13일 상원 재무위원회 표결에서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찬성 투표해 상원 전체회의 통과 가능성을 높였다.
◆결함 많은 미국 건강보험=하원 법안은 2019년까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3600만 명에게 혜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 현재 84%에 그친 건강보험 가입 비율은 96%까지 올라간다. 미국인 대부분과 대기업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정부가 보조금을 줘 가입하게 했다. 가입하지 않는 기업과 개인은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1조2000억 달러를 투입한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고, 메디케어(고령자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줄여 마련한다. 미 하원은 이 법안이 앞으로 10년간 1040억 달러의 연방재정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은 국민의 16%인 4800만 명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은 정부가 지원하는 건강보험 제도를 갖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적이며 비교적 싼 비용으로 국민에게 혜택을 준다.
반면 미국은 1인당 평균 의료비가 7439달러(약 950만원, 2007년 기준)로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6%로 한국(6.8%)의 두 배를 웃돈다.
민간 의료보험에 들지 않은 미국인들은 병이 나도 높은 의료비 부담으로 병원 가길 꺼리며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 자동차 회사들은 종업원들의 건강보험 부담으로 차 한 대당 18만원가량 더 든다며 한국이나 일본 자동차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공화당은 반대=작은 정부를 내세우는 공화당은 부유층과 기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 민간의 입지는 축소되고 정부의 몸집만 불린다며 반대한다. 늘어나는 건강보험 부담 때문에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기존 인력을 정리해고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캔디스 밀러 공화당 하원의원은 “정부가 건강보험 제도를 완전히 장악하려 획책하고 있다”며 “하원 법안이 시행될 경우 일자리가 줄고, 세금이 늘어나며,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
◆한 세기 만의 개혁=이번에 토대가 마련된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 논의는 근 1세기 전에 가까운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보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도 34년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을 추진했으나 미국의학협회(AMA)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이후 ‘위대한 미국’을 기치로 내건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건강보험 확대에 공헌했다. 그는 65년 국가가 보장하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빈민·심신장애자 건강보험)를 도입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인 힐러리를 앞세워 백악관에 태스크포스를 두고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했으나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발과 밀실행정 논란으로 흐지부지됐다.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09. 11. 09)
미국 하원의 건강보험 개혁법안 통과는 역대 정권에서 추진하다가 좌절된 ‘이상’이 드디어 종착역에 가까워졌음을 뜻한다. 앞으로 상원의 벽을 넘어야 하나, 건강보험 개혁은 이제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최대 국정 과제로 추진하던 건강보험 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상원에서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려면 6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공화당의 의사진행 방해 발언(필리버스터)을 저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은 58명이며, 무소속 2명도 민주당 성향이다. 공화당의 올림피아 스노 의원도 지난달 13일 상원 재무위원회 표결에서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찬성 투표해 상원 전체회의 통과 가능성을 높였다.
◆결함 많은 미국 건강보험=하원 법안은 2019년까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3600만 명에게 혜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 현재 84%에 그친 건강보험 가입 비율은 96%까지 올라간다. 미국인 대부분과 대기업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정부가 보조금을 줘 가입하게 했다. 가입하지 않는 기업과 개인은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1조2000억 달러를 투입한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고, 메디케어(고령자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줄여 마련한다. 미 하원은 이 법안이 앞으로 10년간 1040억 달러의 연방재정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은 국민의 16%인 4800만 명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은 정부가 지원하는 건강보험 제도를 갖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적이며 비교적 싼 비용으로 국민에게 혜택을 준다.
반면 미국은 1인당 평균 의료비가 7439달러(약 950만원, 2007년 기준)로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6%로 한국(6.8%)의 두 배를 웃돈다.
민간 의료보험에 들지 않은 미국인들은 병이 나도 높은 의료비 부담으로 병원 가길 꺼리며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 자동차 회사들은 종업원들의 건강보험 부담으로 차 한 대당 18만원가량 더 든다며 한국이나 일본 자동차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공화당은 반대=작은 정부를 내세우는 공화당은 부유층과 기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 민간의 입지는 축소되고 정부의 몸집만 불린다며 반대한다. 늘어나는 건강보험 부담 때문에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기존 인력을 정리해고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캔디스 밀러 공화당 하원의원은 “정부가 건강보험 제도를 완전히 장악하려 획책하고 있다”며 “하원 법안이 시행될 경우 일자리가 줄고, 세금이 늘어나며,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
◆한 세기 만의 개혁=이번에 토대가 마련된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 논의는 근 1세기 전에 가까운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보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도 34년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을 추진했으나 미국의학협회(AMA)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이후 ‘위대한 미국’을 기치로 내건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건강보험 확대에 공헌했다. 그는 65년 국가가 보장하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빈민·심신장애자 건강보험)를 도입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인 힐러리를 앞세워 백악관에 태스크포스를 두고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했으나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발과 밀실행정 논란으로 흐지부지됐다.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09. 11.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