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 등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한국 국적이탈을 제한하는 국적법 제12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한국 정부가 국적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국적법 개정안은 선천적 복수국적자 남성이 18세 이후에도 한국 국적을 이탈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국적법 개정안에 한국 영주권자의 국내 출생 자녀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내용까지 담기면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인사회가 제기한 선천적 복수국적자 남성의 불이익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이다. 특히 법무부가 예고한 개정안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18세 이후 국적이탈 예외사유를 제한적으로 인정해 논란을 낳고 있다.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도
지난 4월 26일(한국시간) 한국 법무부는 18세를 넘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적선택 기간 내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했더라도 예외적으로 국적 포기 기회를 주는 내용을 담은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재 국적법에 따르면 1998년 6월 14일 이후 재외국민(남녀불문)의 자녀가 해외에서 출생하면 ‘선천적 복수국적’을 부여한다.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남성은 18세 되는 해 3월 31일 이전에 국적이탈을 해야 병역의무를 면제받는다.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해당 남성은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는 한 38세까지 국적이탈을 할 수 없다. 2020년 9월 헌법재판소는 일률적 국적이탈 제한 규정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2022년 9월 30일까지 새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법무부 국적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를 개정안에 담았다. 우선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해 중대한 불이익이 예상되면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국적을 포기할 수 있게 했다.
예외사유는 제한적이다. ▶한국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주된 생활 근거가 미국(외국)이거나 ▶한국에 입국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개정안대로라면 한인 2세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18세 3월 31일 이후 국적이탈을 하려면 위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본인의 뜻과 달리 부모나 조부모가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는 이 사실을 성인이 된 후에 알기도 한다.
한인 2세가 성인이 된 후 국적이탈 하는 때까지 한국에 입국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조건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선천적 복수국적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국적보유제 및 자동말소제’ 도입 캠페인(www.yeschange.org)을 벌이는 워싱턴로펌 전종준 변호사는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주된 거주지가 미국(해외)인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한국 국적이탈이 자동으로 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다수고 한국에서 사는 이는 소수”라며 “현 국적법은 일명 홍준표법, 한국에서 사는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의 병역의무 회피 방지만 강조해 다수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해외에 사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자기 의사로 언제든지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적법 개정 속지주의 반대 커
한편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국적법 개정안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와 별도로 한국 영주권자의 자녀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한국과 유대가 깊은 영주권자가 국내에서 자녀를 낳을 경우 해당 자녀는 법무부 장관에게 국적 취득 신고만 하면 한국 국적을 얻게 된다. 일종의 미국식 속지주의로 법무부는 인구감소 문제해결과 다문화·다양성 포용 필요성을 내세웠다.
반면 한국 국민의 반발 여론이 거세다. 개정안 혜택을 받는 영주권자의 자녀 약 95%가 중국 국적이라는 통계가 알려지면서 반중 정서가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국적법 개정안 입법을 결사 반대한다’는 청원에는 30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결국 국적법 개정안이 다른 곳으로 불꽃이 튀면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문제해결 노력은 반감되고 있다.
<김형재 기자>
미주중앙일보 발췌
기사발행일: 06/08/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