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캘(Medi-Cal) 등 소위 ‘비현금성 복지수혜’(Non-cash Public Charge)를 이민자들의 불안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영주권을 가진 합법 이민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복지수혜 전력자에 대한 영주권 및 시민권 취득을 제한하는 방안을 점차 구체화하고 있어 복지수혜 자격이 되는 저소득층 이민자들까지 복지수혜를 중단하거나 신청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에서 최근 이민비자를 받아 입국한 영주권자 신분의 한인 박모씨 가족은 메디캘 신청을 포기했다.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어떤 불이익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었다.
박씨는 “메디캘 혜택을 받았다고 해서 추방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알 수 없어 결국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 단체 담당자로부터 수혜자격은 되지만, 나중에 시민권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메디캘 등 공공복지 신청을 대행하는 관련 단체들도 더 이상 이민자들에게 복지수혜 신청을 권유하지 못하고 있다. 공적부조 수혜 이민자에 대한 규제방안이 수개월째 확정되지 않는 불투명한 상황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 한인 단체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확정되지 않고 있어 혼란스럽다”며 “현재 규정으로는 자격이 되지만 나중에 문제가 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 신청을 권유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신청 당사자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주정부 관련 기관이나 한인 단체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메디캘이나 아동보험, 또는 오바마캐어 수혜가 체류신분이나 이민혜택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민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왔다.
하지만, 비현금성 복지수혜까지 규제하는 새 이민정책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주정부나 관련 단체들도 복지수혜 이민자들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존 수혜자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이미 받고 있는 공공복지 혜택이 어떤 불이익을 낳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인 직장인 황수호(가명)씨는 부인과 자녀가 혜택을 받고 있는 오바마케어와 아동건강보험 중단을 고민하고 있다. 영주권자 신분이어서 복지수혜 전력 때문에 시민권을 받을 수 없게 될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황씨는 “합법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지만 걱정이 된다. 수혜기간이 조금이라도 짧으면 불이익이 적을까 싶어 수혜 중단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4일 LA 타임스도 백악관이 추진 중인 이 정책으로 인해 한인 등 이민자 커뮤니티가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백악관이 이같은 정책을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저소득층 합법이민자들의 공공복지 신청이 크게 줄었다. 한인건강정보센터(KHEIR)의 경우, 메디캘 등 저소득층 건강보험 신청자가 4개월만에 30% 가까이 급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백악관의 이 정책이 현실화되면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이며, 공적부조 수혜자로 간주돼 규제대상이 되는 이민자 주민이 10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금성 공적부조’만을 규제하는 현재의 규정에 따르면, 영주권자 등 합법신분 이민자의 3%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나, ‘비현금성 공적부조’로 규제 범위가 확대되면, 합법신분 이민자의 약 47%가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한편, 백악관은 스티븐 밀러 수석 고문이 주도하고 있는 새 이민규제 방안은 의회의 입법이나 승인절차가 필요 없어 빠르면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확정, 발표돼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상목 기자>
한국일보미주발췌
기사발행일 : 2018. 0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