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영주권 발급수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는 등 합법 이민을 대폭 축소하고 이른바 ‘메릿 베이스’ 이민 시스템을 도입하는 파격적적인 이민개혁안 추진을 공식 선언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공화당 소속 탐 코튼(아칸소), 데이빗 퍼듀(조지아) 연방상원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이민개혁안 ‘레이즈 법안’(RAISE Act)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선언했다. 두 상원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이 법안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이민개혁 구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두 의원이 연방 상원에 발의했던 것으로, 이날 공개된 법안은 지난 1차 법안에 대한 수정안이다.
이날 백악관에서 공개된 ‘레이즈 법안’ 수정안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제외한 가족이민을 사실상 폐지하고, 취업이민을 학력과 기술 위주의 포인트 시스템으로 바꾸는 ‘메릿 베이스’ 시스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현재 연간 100만여 명 수준인 영주권 취득자수늘 10년 내에 50만여 명 선으로 50%나 감축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두 의원은 이 법안에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이민개혁 구상을 담기 위해 그간 백악관에서 2차례 이상 비공개 회동을 가질 정도로 긴밀한 협의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에 따르면 이를 위해 현행 가족이민제도에서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제외한 형제, 자매, 부모, 성년자녀 등에 대한 초청이민이 중단되고, 연간 5만 명이 받고 있는 추첨영주권 제도가 폐지된다.
취업이민도 현재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현행 연간 14만개 영주권 쿼타는 유지되는 대신, 이민신청자의 기술, 학력, 영어능력 등에 점수를 부여하는 ‘포인트 시스템’을 운영하는 캐나다 방식의 ‘메릿 베이스’ 이민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이렇게 되면 스폰서 기업의 고용약속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현행 취업이민제도와는 전혀 다른 이민자의 잠재적 능력에 중점을 두는 이민제도로 바뀌게 된다.
코튼 의원 등은 이 법안이 실제 시행되면 시행 첫 해에 신규 이민 규모가 60만 명 수준으로 급락하게 되고, 시행 10년차가 되면 신규이민이 50만 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민연구센터(CMS)의 케빈 애플비 분석가는 “이 법안은 미국 이민제도를 근본적으로 다시 짜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미국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큰 함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개혁안이 연방 의회를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과 대다수 친이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가 예상되는데다 현재의 공화당 의석수로는 상원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관측통들은 오바마케어 폐지 입법에서 참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민 개혁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