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UC 계열대를 졸업한 뒤 한인 업체에서 졸업 후 현장실습(OPT)을 하고 있는 장모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취업비자(H-1B) 발급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일찌감치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 중이다.
장씨는 “취업비자 신청서 접수 여부를 위한 추첨 경쟁률이 3대1로 치솟은 데다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해 그냥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5년간 미국생활을 접고 떠나는 게 속상하지만 올해 한국 정부를 비롯한 전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 한국에서 정착하는 것이 차라리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대 대부분을 미국에서 지내온 김모씨도 트럼프 정부가 취업비자 발급 문턱을 높인다는 뉴스에 합법적으로 미국에 잔류하는 것이 연일 불안하기만 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2013년 대학 졸업 후 OPT로 한인 회사에서 근무하며 온라인 대학원 학위까지 받는 등 취업이민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김씨는 “2013년 H-1B 추첨 탈락의 고배를 마신 쓰라린 경험도 갖고 있으나 어렵게 온라인 대학원에 등록해 간신히 불법체류 신분은 면했다”며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들에게 합법적인 이민 기회조차 주지 않으니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옛말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는 4월1일 시작되는 2018년도 전문직 취업비자 신청 접수를 앞두고 지난주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취업 비자 프로그램을 새롭게 정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가시화됨에 따라 한인 취업 희망자들이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사전 접수를 준비하고 있다.
23일 트럼프 행정부는 백악관 첫 언론 브리핑에서 초강력 불법 이민자 색출에 나설 것을 공식화함에 따라 주류 언론들은 비자 발급 시스템이 한층 더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 논의해 비자시스템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설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공화당내 대표적인 취업비자 규제론자인 대럴 아이사(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 4일 취업비자 기준 임금을 현행 6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대폭 상향조정하고, 석사 학위자에 대한 비쿼타 2만개 조항을 폐지하는 등 쿼타 면제 자격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의 취업비자 개선법안을 발의했다.
한인 이민법 변호사들은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하는 초강력 이민법안의 상당수는 좌초될 가능성이 높지만 취업비자 발급 기준과 감사가 대폭 강화돼 한인을 포함한 외국 국적자의 합법적인 미국 내 취업 문턱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민법 전문 이경희 변호사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 시민권자를 우선 고용해 일자리를 늘려가며 취업비자가 악용돼 자국민들의 취업 기회가 제한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외국인들의 취업비자 발급 기준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발의된 연봉 기준 상형 및 쿼타 면제자격 제한 법안, 우선순위제 등 관련 법안이 통과는 불확실 하지만 취업비자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10월부터 진행되는 비자 발급자에 대한 현장 감사는 더욱 까다로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한국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7. 0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