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뒤 체류신분 미비로 고통 받다 오바마 행정부의 추방유예 행정명령(DACA) 정책으로 혜택을 받고 있는 한인들이 1만5,000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류신분의 굴레를 벗어나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는 한인들은 이처럼 많지만 2017년 새해를 맞는 이들의 불안감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내년 1월20일 취임하게 될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새 행정부에서 추방유예 행정명령 폐지를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 대학생 김모씨는 “불투명한 미래와 추방 공포 때문에 대학 진학 등의 꿈을 포기할 수도 있었으나 DACA 프로그램 덕분에 안심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내년 트럼프 취임 이후 DACA 프로그램이 없어진다면 추방 우려로 잠 못 이루고 대학 졸업 후에도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보수가 낮고 노동 조건이 열악한 일을 하게 될 것 같아 두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인 박모씨는 “DACA 신분으로 육군 모병 프로그램인 매브니(MAVNI)에 신청했는데 트럼프 취임 이후 DACA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매브니 계약이 취소되는 상황이 올까봐 우려된다”며 “만약 한국으로 나가야 한다면 병역이 걸리는데 DACA가 취소될 경우 한국에서 병역법 위반이 될 걱정도 있어 매일 고민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류미비 신분 부모들의 속 타는 사연도 많다. 한 한인 부모는 “아이가 DACA 신분으로 내년에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취업을 해야 되는데 DACA 재연장이 불가능하게 될까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단행한 ‘추방유예 행정명령’에 따라 그동안 추방유예 승인을 받은 한인들은 2016 회계연도가 끝난 지난 9월30일 현재 1만4,804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7,735명은 1차 추방유예 기한이 만료돼 추방유예 갱신 절차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7,069명은 첫 번째 추방유예 기한을 승인받은 한인들이었다. 2012년 처음 시행된 추방유예는 2년이 지난 2014년부터 갱신 절차가 시작돼 순차적으로 2년 기한이 만료되는 추방유예 청소년들의 갱신이 이뤄졌다.
갱신 절차가 시작된 지난 2014년 6월 당시 제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대부분은 어린 시절에 부모를 따라 국경을 넘은 서류미비 청소년들에게는 미국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추방유예 정책은 미국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포괄 이민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 포괄 이민개혁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지난 2012년 8월 시작된 추방유예 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었다.
하지만 추방유예 정책 폐지를 공약한 트럼프 당선자의 말이 실현될 경우 1만5,000여명의 한인들을 포함한 미국내 75만여명의 추방유예자들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6월 단행한 추방유예 대상은 ▲2012년 6월14일 현재 31세 미만으로 ▲16세 생일 이전에 미국에 입국해 ▲2012년 6월15일 현재 서류미비 신분 이민자였다. 또, 추방유예 신청 당시 ▲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2007년 6월15일 이후부터 미국에 계속 체류 중으로 ▲2012년 6월15일 현재 미국에 실제 체류하고 있는 31세 미만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추방유예 수혜 대상자들이다.
김상목·예진협 기자
한국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6.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