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이 주재원을 파견할 때 L 비자나 E 비자를 사용하게 된다. 이 때 매니저와 임원은 비자를 받기가 쉽다. 그렇지만 일반 직원은 그렇지 않다. 간부직원이 아니면 직원용 L-1B, E 비자의 경우는 핵심직원 (essential worker)용 E비자를 사용한다.
그렇지만 이민국이나 대사관이 L-1B나 핵심직원 E 비자 승인을 거부하는 일이 많고, 심사에 일관성마저 없다고 원성이 높았으나 지난해 새 메모가 나오면서 L-1B 승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반직원 L 비자와 E 비자 심사 기준은 무엇이고, 이 두 비자는 어떻게 다른가?
심사기준은 하나이다. 제출한 증거로 놓고 볼 때, 사실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되면 승인을 해 주어야 하나 실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적어도 메모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 보다 훨씬 높은 잣대로 심사를 해 왔다.
L-1B는 전문지식을 가진 직원이 받을 수 있다. 해외에 있는 본사에서 지난 3년 중 1년을 풀타임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설사 매니저나 임원으로 근무했다고 하더라도, 전문지식 소유자에게 주는 L-1B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전문 지식이란 회사의 제품과 그 국제 시장에 대한 전문지식이거나 경영에 대한 고급 지식을 뜻한다. 누구나 갖고 있는 지식은 전문지식이 아니다. 그렇지만 직원을 채용하는 회사에만 해당되는 특수한 전문지식일 필요는 없다. 판단기준은 ‘전문지식을 갖춘 직원을 회사가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고, 비자신청자가 갖고 있는 지식이 전문성이 있느냐‘이다.
이민국이 L-1B 비자 심사를 얼마나 일관성 없이 해 왔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있다. 베버리 힐스 등 미 전국 부촌에 20여개 식당을 갖고 있는 고급 브라질전문 식당체인 ‘포고 드 샹’은 2006년부터 4년간 요리사 200여명을 L-1B비자로 고용해 왔으나 갑자기 같은 조건을 갖춘 요리사인데도, L-1B 비자가 거부됐다. 워싱턴 D.C. 연방 항소법원이 이런 이민국의 결정이 잘못 되었다고 판단해, 이 케이스를 재심하도록 이민국에 내려 보겠다. 그렇지만 이민국은 이 레스토랑 체인의 요리사 L-1B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E 핵심직원 비자 요건은 L-1B와 비슷하다. E비자는 E-2조약이 되어있는 국가의 국적자가 50% 이상 투자한 업체여야 가능하다. 이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아주 특이한 기술이나 기능을 보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운영에 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나 기능이 있어야 한다.
E 핵심직원 비자는 신규 회사에게는 잘 내준다. E 핵심직원의 경우 해외에 있는 본사에서 근무할 필요는 없다. 단, 핵심기술을 본사 근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본사 근무 경력이 중요할 수 있다. 핵심직원용 E 비자는 신규 회사나 미국에 있는 직원 훈련을 할 목적일 때는 특별한 기술이 없는 직원에게도 비자를 내 준다. 예를 들면, TV 판매를 전담하는 현지법인에 관련기술을 현지 직원에게 교육시키기 위해 TV기술자가 한국에서 올 때 이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새로 설립된 회사의 경우 해외에 있는 본사가 특별한 기술이 없는 직원을 단기간 현지법인에 파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회사가 안정된 뒤에는 특수 기능이 없는 일반 직원은 이 비자를 받기가 어렵다.
아울러 E 핵심인력이 장기간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생산품의 품질 향상이나 쉽게 구할 수 없는 서비스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가능하다. 이 비자의 연장이 쉽지 않는 이유이다.
김성환 변호사
한국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6.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