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선거 전 발동은 이민개혁 정책에 도움 안돼"
이민단체들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일제히 성토해
백악관이 불법체류자 강제추방 유예 등을 골자로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 발표시기가 11월 본선거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고 6일 밝혔다.
6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은 백악관의 성명을 인용해 "공화당이 이 문제를 정치 이슈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전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것이 이민개혁 정책 자체와 장기적인 전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하지만 올해 내에는 반드시 발동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은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 연기 결정이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 내부의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현재 연방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일부 의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 시행 시기를 선거 뒤로 미뤄줄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NBC방송의 정치 대담 프로그램 '언론과의 대화(Meet the Press)'에서 이번 행정명령 연기 결정과 이유 등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연기 결정으로 이민자 커뮤니티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자 커뮤니티는 지난 6월 30일 오바마 대통령이 여름이 끝나기 전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고 발표한 뒤 그 시행이 계속 늦어지고 있어 조속한 발동을 촉구해 왔다.
스티븐 최 뉴욕이민자연맹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은 약속을 어기고 이민자 가정의 절실함을 정치로 가려버렸다"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성토했다.
또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도 "대통령의 행정명령 시행을 촉구하는 엽서 5000장을 전국의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모아 지난 4일 백악관에 전달한 지 하루 만에 이번 연기 소식이 발표됐다"며 "NAKASEC은 이민자 커뮤니티의 권익이 정치에 밀려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더욱 강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찬 기자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4. 09.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