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조만간 발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내용이 크게 네 갈래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전문지 '더 힐'은 6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과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방안을 크게 네 가지로 소개했다.
우선 법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조직범죄나 중범죄에 연루된 이민자만을 대상으로 단속을 하도록 이민단속의 우선순위를 변경하는 지침을 하달하는 것이다. 현재는 이민법 위반이나 경범죄자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우선 추방 대상이 되는데 이를 바꾸는 것. 하지만 이 방안은 적극적 의미의 불법체류자 구제와는 거리가 멀어 이민자 커뮤니티의 불만이 클 수 있다.
로컬 경찰에 체포돼 구금 중인 사람의 지문을 채취한 후 연방정부의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불체자일 경우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인계하는 '시큐어 커뮤니티(Secure Communities)' 프로그램을 철폐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이 방안도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뉴욕시를 비롯한 많은 로컬 정부들이 최근 ICE의 '구금연장영장(detainer)'을 더 이상 존중하지 않기로 하고 있어 프로그램 자체의 위력이 퇴색한 만큼 행정명령에 포함돼도 그 여파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앞의 두 가지 방안에 비해서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법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안은 지난 2012년부터 시행 중인 불체 청년 추방유예(DACA)를 확대하는 것이다. 자격을 갖춘 불체자에게 갱신이 가능한 2년 기한의 합법 체류 허가와 노동허가를 발급하는 것인데 현재 추방유예 대상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를 놓고 숙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시민권자나 드리머(드림법안 잠재 수혜자) 또는 DACA 승인자 자녀를 둔 불체 신분 부모에게도 추방유예 혜택을 주는 것이다. 비영리단체 '미국정책을 위한 전국재단(NFAP)'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이 방안이 시행되면 500만 명 이상의 불체자들이 구제된다.
이 방안에는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조항의 시행 지연을 이유로 대통령을 제소할 수 있도록 결의한 연방하원이 이민법 집행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소할 수도 있다. 다만 제소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도리스 메이스너 전 이민서비스국(USCIS) 국장은 "일괄 구제 방식이 아니라 DACA처럼 일반적 원칙 하에 각 신청자의 케이스 별로 심사해 승인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대통령이 광범위한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 대부분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행정부가 현행법의 해석 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 현행 법에서는 불체 기록이 있을 경우 3년 또는 10년간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 밀입국자는 시민권자 직계가족이라도 미국 내에서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없다. 이들이 외국에 머물 경우 시민권자 직계가족에게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되면 재입국금지를 유예(I-601A)해 영주권 신청을 허용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심각한 어려움'의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 승인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행정명령에서 '긴급구제(PIP·Parole in Place)'라는 임시입국허가제도를 이용해 그 기준을 완화하면 사실상 이들을 구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방안의 적용 대상자는 다른 구제조치와는 달리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차이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미군 가족에 한해서는 PIP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이상의 방안들이 모두 포함될 수도 있고 일부만 채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내용이 포함되건 행정명령을 통한 구제 방안들은 차기 행정부가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어 의회의 포괄적 이민개혁법안 입법을 대체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박기수 기자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4. 08.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