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워진 이민서류 심사로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미국 기업들이 최근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 본격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 등 50여개 기업들은 “해외 고급인력 유치 실패로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미국 경제가 손실을 입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라클 이민프로그램 디렉터 드니즈 라마니는 “지난해 연방정부가 오라클의 비자 신청 가운데 38%를 기각했다”며 “과거에는 기각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요즘은 마치 주사위를 굴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문직 취업비자(H-1B)가 쿼터 때문에 이용에 상당한 제한이 있어 주재원(L-1B) 비자를 활용했으나 최근에는 비자 발급 조건인 ‘전문 지식’ 보유의 입증을 까다롭게 요구하며 기각이나 보충서류를 요구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2003~2007년에는 평균 8%에 지나지 않던 주재원 비자 기각률이 2008년에 세 배로 급증하더니 지난해에는 27%까지 치솟았다.
라마니는 “최근 주재원 비자를 연장하려던 직원의 신청서가 단지 소프트웨어 한 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각됐다”며 “심사관들이 오히려 어떤 포지션에 필요한 자질이 어떤 것인지를 판단하고 평가할 만한 능력이 없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데는 이민서비스국(USCIS)의 인력문제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만여 건의 주재원 비자를 포함해 연간 42만3000건의 취업비자 서류를 불과 250명의 심사관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은 직종의 전문성이나 미국 노동력의 이용 가능 여부들을 판단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 비전문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USCIS 국장도 심사관들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에 대해 “일리가 있는 말”이라며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USCIS는 일부 기업이 연간 쿼터나 임금 수준 등 H-1B가 가진 여러 제약조건을 피하기 위해 L-1B가 남용되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의 까다로운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휴스턴에 자회사를 둔 천연개스와 오일 쓰레기 처리전문 스코틀랜드 기업 TWMA의 이언 니콜슨 부사장은 “올해 6명의 엔지니어들에 대한 주재원 비자만 발급받으면 200~300명의 미국 국민들이 엔지니어들로부터 교육을 받아 고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하면 미국 경제는 급격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kspark206@koreadaily.com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2. 0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