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은 25일(현지시간) 최근 논란을 빚은 애리조나주(州) 이민법에 대해 주 정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핵심 조항으로 여겨졌던 불법이민 의심자에 대한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권은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날 애리조나 주정부가 지난 2010년 제정한 이민법에서 합법적인 이민서류를 보유하지 않은 외국인의 거주와 취업을 금지한 것이 연방정부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제소와 관련해 찬성 5명, 반대 3명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이날 판결문에서 "연방정부는 헌법에 의거해 이민과 외국인 지위에 대한 광범위하고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애리조나주 이민법 가운데 문제가 된 4개의 조항 중 3개가 위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 경찰이 불법이민자로 의심되는 외국인에 대해 자의적으로 검문을 하고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이 조항에 대해서도 애리조나주가 어떻게 시행하는지를 면밀하게 감시하면서 위헌성을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톰 혼 애리조나주 검찰총장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민법의 핵심을 대법원이 인정했다"면서 `승리'라고 주장했다.
이날 판결은 앨라배마, 조지아, 인디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유타 등의 주 정부가 제정한 비슷한 내용의 법률에 대한 대법원의 위헌 여부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이민자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이날 판결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어떤 전략을 선보일지 주목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2. 0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