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 그룹이 이례적으로 불법체류 이민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이민개혁을 공화당 측에 요구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전통적으로 복음주의 기독교회는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공화당의 가장 탄탄한 후원 세력이었다.
하지만 지난 12일 이들이 강경 이민단속 위주의 공화당 정책을 비판하고 이민개혁을 주장하고 나선 것.
연방의사당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포커스 온 더 패밀리’의 톰 미너리 수석부회장은 남침례교컨벤션·전국복음주의연합 등을 포함한 150여명의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전면적 이민개혁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가 주장하는 ‘자진 추방(self-deportation)’ 개념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복음주의 교회의 이 같은 변화는 신자들 가운데 히스패닉계를 포함한 이민자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국 8200만 복음주의 기독교도 가운데 히스패닉 신자들은 10%에 가까운 750만 명에 이르며 급속히 그 인구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변화는 공화당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목표로 삼은 콜로라도·플로리다·네바다 등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스윙스테이트(민주·공화당의 경합주)에서 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히스패닉기독교지도자회의 새뮤얼 로드리게스 회장은 6월초 롬니 후보를 만나 이민정책의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롬니 측은 예비선거전 당시 경쟁자였던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의 이민정책을 공격했던 입장에서 선회할 의사가 아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과 선거운동을 함께 펼치고 있으면서도 루비오 의원의 공화당판 드림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던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21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라티노공직자협회 모임에서 연설할 예정인 롬니는 이날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보이지만 측근들은 여전히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이민문제가 아닌 경제문제로 어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기수 기자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2. 0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