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30세 이하의 젊은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추방 조치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가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젊은 불법이민자들에 대해 미국에서 머물면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폴리타노 장관은 "우리의 이민법은 확고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시행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개인의 환경이나 사정을 무시한 채 무조건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능력있는 젊은이들을 자신이 살지도 않았고 언어도 모르는 나라로 내쫓아선 안 된다"며 "이들은 공공 안전이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반발을 염두에 둔 듯 "이는 면책(immunity)이나 사면(amnesty)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NN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16세가 되기 전에 미국으로 불법 입국해 최소 5년 이상 거주하면서 현재 학교에 다니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30세 이하의 외국인에게 적용된다.
또 군 복무자도 대상에 포함되나 중범죄(felony)를 저지르고 기소된 사람 등은 제외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로 약 80만명에 달하는 불법이민자들이 강제 추방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올연말 대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얻으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밋 롬니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는 어릴 때 불법 입국한 외국 출신의 군 복무자나 학생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이른바 '드림 법안(DREAM Act)'과 맞물려 의회 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는 약 1천150만명의 불법이민자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멕시코 출신이 59%로 가장 많고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미 국가 출신이 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 필리핀, 인도, 한국, 베트남 등이 각각 2%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2. 0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