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새해가 밝았다. 많은 분들이 새해에 소망을 빌고 있다. 특히 미국에 와서 신분을 잃어버린 분들이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올해에는 이민개혁 법안이 통과되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간절하게 소망하고 있다.
상담을 하면서 신분을 잃고 미국에서 힘든 생활을 하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미국에 합법적인 신분없이 살고 있는 분들이 겪는 심적, 경제적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어른이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살면 된다고 말하지만, 몇 년간 미국에서 간신히 적응한 아이들을 다시 한국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한국의 교육 상황을 감안하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신분을 잃어 버리게 되는 경우는 예기치 않게 일어난다. 물론 비자없이 국경을 의도적으로 넘어 입국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미국에서 어쩔 수 없이 신분을 잃어 버리게 된다. 예를 들면, 관광비자로 입국하여 다른 비자로 신분 변경을 하려다가 거절된 경우, 시민권자와 결혼하여 임시 영주권을 신청하였는데 도중에 이혼을 하게 된 경우, 그리고 취업 영주권을 신청하였다가 거절된 경우등 다양하다.
신분을 잃어 버리게 되면 우선 운전 면허증을 갱신할 수 없어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신의 신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불법 신분이 된 것을 알게 되면서 사춘기를 힘들게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민법에서는 외국인이 합법적인 신분을 잃고 180일 이상 그리고 1년 미만으로 미국에 계속 머물게 되면 다음에 3년간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고, 또한 미국에 불법으로 1년 이상 머물게 되면 10년간 미국에 들어 오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다. 물론, 출국하지 못하고 미국에 머물 수 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 입국 금지의 면제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자녀가 부모와 함께 신분을 잃어 버리게 되더라도 만 18세가 되기 전에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한 기간은 이 3년/10년 입국 금지 규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한 245(i)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현재 합법적인 신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1,000의 벌금을 내고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이 245(i) 조항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2000년 12월 22일 이전에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어야 한다. 둘째, 2001년 4월 30일까지 노동부에 LC (Labor Certificate)가 접수되었거나, I-130라는 가족 초청서, I-140이라는 이민 청원서, 또는 I-360이라는 특별 이민 초청서가 이민국에 접수되었어야 한다. 위 두가지 조건만 충족한다면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취득할 때까지 이 245(i) 조항은 계속 적용된다. 그리고 245(i) 조항의 적용을 받기 위해 가족 모두가 그 당시 미국에 거주하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와 자녀는 그 당시의 미국 거주 여부에 관계없이 미국에서 함께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이전에 영주권을 신청한 적이 있는 분들은 자신이나 가족이 245(i) 조항의 적용을 현재도 받을 수 있는지 전문가에게 문의하기 바란다. 적지 않은 분들이 자신이 현재도 245(i) 조항의 적용을 받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또한 드림 (DREAM) 법안도 다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이 법안은 2003년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미국에서 성장한 신분을 잃어버린 이민자들의 자녀에게 보다 넓은 대학 진학의 기회와 합법적인 신분을 제공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이 법안은 16세 이전에 미국에 입국하였고, 법이 시행되기 전에 적어도 5년 이상 미국에 거주하였으며, 품행이 바르고 범죄 기록이 없는 고등학교 졸업생에게 조건부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민개혁 법안의 통과를 기다려 온 분들에게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큰 의미를 갖는다. 비록 미국 경기의 악화와 맞물려 이민개혁 법안의 논의가 쉽지는 않겠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어떤 형태로든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 많은 이민법 변호사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 경희 변호사 (213) 385-4646)
<미주 한국일보 2009년 1월 5일자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