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관광 비자로 입국하여 여행을 하다가 마음이 바뀌어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다. 또한 한국에서 학생 비자를 받는 것이 까다롭다 보니 미국에 관광 비자로 입국하여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하기를 원하다. 하지만 만일 관광 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는 이유가 다음에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민법을 어기는 것이다. 왜냐 하면 입국 당시의 의도 (Intention)가 관광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비자 시대가 도래하게 되면 비자없이 미국에 입국할 수는 있지만 미국에서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을 하지는 못한다.
학생 비자는SEVIS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SEVIS는 테러 사건 이후에 미국에 공부하러 오는 유학생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고안된 제도이다. SEVIS의 시행으로 이민귀화국은 유학생이 미국에 도착한 이후 해당 학교에 등록하였는지, 그리고 미국 체류 기간 동안 계속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미국에서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시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관광 비자로 입국한 이후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을 할 때 입국 후 적어도 3개월이 지나 학생 비자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 이민법에서는 입국 후 60일이 지나면 다른 비자로 신분 변경이 가능하지만 3-4개월이 지난 다음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미국에서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을 하게 되면 미국 내에서는 학생 비자 신분으로 지내는 데 문제가 없지만 도중에 한국을 나가게 될 일이 생길 수 있다. 이 때에는 주한 미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거쳐 학생 비자를 정식으로 받아야 미국에 다시 입국할 수 있다. 이 경우 미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지 못하면 미국에서 학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다. 공부 도중에 급하게 한국을 나가야 될 경우 과연 미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필요가 있다.
세째, 관광 비자로 가족이 미국에 오면 관광 비자 신분으로는 자녀를 정규 학교에 보낼 수 없다. 부모 중 한 사람이 학생 비자 (F-1)로 미국에서 신분 변경시 배우자와 자녀는 학생 동반 비자 (F-2)로 신분 변경이 된다. 입학 허가서 (I-20)를 받아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을 신청 하더라도 신분 변경이 승인되기 전에는 학교에서 공부할 수가 없다. 아울러 자녀 역시 학생 동반 비자로 신분 변경이 되기 전에는 정규 학교에 다닐 수 없다. 부모가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시 이민귀화국은 관광 비자로 가족이 입국한 이후 자녀가 정규 교육을 미리 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보충 서류 첨부를 요구할 수 있다.
네째, 입학 허가서 (Form I-20)에 명시되어 있는 1년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자금이 있다는 것을 신청자의 미국내 은행 잔고로 증명하여야 한다. 학생 비자로 신분을 변경하기 위해 은행에 많은 돈을 한꺼번에 입금하고 신분 변경 신청 이후에 돈을 바로 인출하는 경우가 있다. 이민귀화국은 신청자가 지속적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따라서 신청자가 신분 변경서를 이민귀화국에 제출한 이후에 이민귀화국이 은행 잔고 증명서를 추가로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때 만일 신청자가 신분 변경 신청 이후 돈을 은행에서 대부분 인출하였다면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금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신분 변경이 거부 될 수 있다. 이민귀화국이 신청자의 학비와 생활비에 민감한 이유는 간단하다. 유학생은 미국에서 공부에만 전념해야지 일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학비와 생활비가 부족하면 이를 충당하기 위해 미국에서 불법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 경희 변호사 (213) 385-4646)
<미주 한국일보 2008년 9월 29일자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