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부터2009년 회계 연도 (2008년 10월 1일부터 2009년 9월 30일)를 위한 취업 비자 (H-1B) 신청 접수가 시작되어 4월 7일자로 접수가 마감된다. 이제 이민귀화국 (USCIS)은 접수된 취업 비자 신청서를 미국 석사 학위 취득자를 우대하면서 컴퓨터로 무작위 추첨을 하여 접수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다. 이민법 변호사로서 고객과 함께 취업 비자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적지 않다.
취업 비자를 신청하는 분들은 취업 비자를 받기 위해 추첨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하여야 하고 그 이후에는 이민귀화국의 본심사라는 2차 관문을 통과하여야 한다. 힘들게 준비한 취업 비자 케이스가 이민귀화국의 본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추첨에서 탈락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에 취업 비자를 받으면 좋겠지만 만일 받지 못하게 될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미리 알아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취업 비자를 신청하였더라도 현재 가지고 있는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계속 유지하여야 한다. 특히 학생 비자 (F-1) 신분으로 있는 경우 취업 비자를 신청한 이후에도 계속 학교를 다녀야 한다. 또한 취업 비자를 받게 되더라도 취업 비자 신분이 유효한 시점은 2008년 10월 1일이므로 9월 30일까지는 현재 가지고 있는 체류 신분을 계속 유지하여야 한다. 졸업 후 수습기간인 OPT (Optional Practical Training)로 있으면서 취업 비자를 신청하는 분들이 많다. 만일 취업 비자를 받지 못하게 되어 다시 공부하기를 원하면 OPT 기간이 끝나기 전에 학생 비자 신분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때 학교로 부터 다시 입학 허가서 (I-20)를 받아 것만으로 학생 신분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 신분으로 변경하는 신분 변경서 (I-539)를 이민귀화국에 신청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OPT 기간을 기존의 12개월에서 29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 미국에 더 체류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OPT를 가지고 있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7, 8월에 OPT가 끝난다. 60일 체류 기간 (grace period)을 더 준다고 하더라도10월 1일 전까지 미국에 계속 체류할 수 없기 때문에 졸업생들은 할 수 없이 다시 학교로 돌아 가거나 아니면 몇 달간 미국을 떠나 있어야 한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외국인에게 취업 비자를 스폰서하였는데 10월 1일 전에 직원이 몇 달간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외국인을 채용하기를 꺼리게 될 것이다. 이는 가뜩이나 외국인이 미국에서 취업하기 힘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OPT 기간이 현재의 12개월에서 29개월로 다행히 연장된다면 현재와 같이 취업 비자가 시작되기 전까지 별도로 체류 신분을 변경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이 미국에 계속 체류하면서 일을 계속할 수 있다.
또한 29개월로 OPT가 연장된다면 이번에 취업 비자를 신청하여 아쉽게 비자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도 내년에 한번 더 취업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번에 취업 비자를 받지 못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다른 방안을 미리 강구할 필요가 있다. 취업 비자의 대안으로 다음의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투자 비자 (E-2)를 생각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투자 비자 (E-2)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돈을 투자해서만 투자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리자 (manager or supervisor)로서의 경력이 있거나,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미국에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투자 비자 (E-2)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취업을 통해 투자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 비자 신청자는 회사의 고용주와 같은 국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 돈을 투자하여 김치 공장을 운영하면서 투자 비자 (E-2)를 받은 고용주는 한국에서 이 김치 공장을 관리할 경험 많은 관리자에게 투자 비자를 스폰서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김치를 만드는데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술자에게 역시 투자 비자를 스폰서하여 미국으로 데리고 올 수 있다. 그 외에도 한국에 본사가 있는 미국 지사도 경험이 많은 관리자를 고용하기 위해 투자 비자를 스폰서할 수 있다.
(이 경희 변호사 (213) 385-4646)
<미주 한국일보 2008년 4월 7일자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