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비자 신청에 관한 문의가 여전히 많다. 본인이 미국에서 공부하기 위해서, 혹은 본인도 공부를 하고 자녀 역시 미국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학생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학생 비자는SEVIS (Student & Exchange Visitor Information System)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SEVIS는 테러 사건 이후에 미국에 공부하러 오는 유학생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고안된 제도이다. SEVIS의 시행으로 이민국은 유학생이 미국에 도착한 이후 해당 학교에 등록하였는지, 그리고 미국 체류 기간동안 계속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SEVIS의 시행으로 각 학교는 유학생이 등록을 중단하면 반드시 이민국에 보고 하여야 한다.
미국에 관광 비자로 입국하여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 (change of status)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학생 비자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미혼 여성과 자녀를 가진 부모가 학생 비자를 신청할 경우 주한 미 대사관에서 학생 비자를 받기가 쉽지 않다. 학생 비자는 미국에서 소정의 공부 과정을 마친 후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 온다는 약속 하에서 신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20대 미혼 여성의 경우 학생 비자를 받아 미국에서 공부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 오지 않고 미국에 영주하는 경우가 많아 비자 인터뷰시 학생 비자 신청 의도를 의심받게 된다. 또한 자녀가 있는 부모가 학생 비자를 신청할 경우 영사는 부모가 과연 공부하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자녀를 미국에서 공립 학교에 보내 무상 교육을 받게 할 목적으로 부모가 대신 학생 비자를 신청하는지를 면밀히 따진다. 이러한 이유로 일단 미국에 관광 비자로 입국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만일 관광 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는 이유가 다음에 미국에서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민법을 어기는 것이다. 왜냐 하면 입국 당시의 의도 (Intention)가 관광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 여행하기 위해 관광 비자로 입국하였다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까지 이민법이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미국에서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시 고려되는 사항들 가운데 중요한 세 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입학 허가서 (Form I-20)에 명시되어 있는 1년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자금이 있다는 것을 신청자의 미국내 은행 잔고로 증명하여야 한다. 학생 비자로 신분을 변경하기 위해 은행에 많은 돈을 한꺼번에 입금하고 신분 변경 신청 이후에 돈을 인출하는 경우가 있다. 이민국은 신청자가 지속적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원한다. 따라서 신청자가 신분 변경서를 이민국에 제출한 이후에 이민국이 은행 잔고 증명서를 추가로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때 만일 신청자가 신분 변경 신청 이후 돈을 은행에서 많이 인출하였다면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금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신분 변경이 거부될 수 있다. 이민국이 신청자의 학비와 생활비에 민감한 이유는 간단하다. 유학생은 미국에서 공부에만 전념해야지 일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학비와 생활비가 부족하면 이를 충당하기 위해 미국에서 불법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둘째,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시 이민국은 유학생이 미국에서 공부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가면 미국에서 공부한 것이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를 원한다. 따라서 신분 변경 신청시 이에 대한 합리적인 사유를 제시하여 미국에서 공부가 끝나면 한국으로 반드시 돌아갈 것이고 미국에서의 공부가 왜 한국에서 유용하게 쓰이는지를 이해시켜야 한다.
세째, 관광 비자로 가족이 미국에 오면 관광 비자 신분으로는 자녀를 정규 학교에 보낼 수 없다. 부모 중 한 사람이 학생 비자 (F-1)로 미국에서 신분 변경시 배우자와 자녀는 학생 동반 비자 (F-2)로 신분 변경이 된다. 입학 허가서를 받아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을 신청하더라도 신분 변경이 승인되기 전에는 학교에서 공부할 수가 없다. 아울러 자녀 역시 학생 동반 비자로 신분 변경이 되기 전에는 정규 학교에 다닐 수 없다. 부모가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시 이민국은 관광 비자로 가족이 입국한 이후 자녀가 정규 교육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보충 서류 첨부 (RFE: Request for evidence)를 요구할 수 있다. 어떤 부모님들은 미국에 관광 비자로 입국한 다음날 학교를 찾아가 가능하다면 자녀를 학교에 바로 입학시키는 경우가 있다. 자녀들을 빨리 공부시키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부모가 이후에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경희 변호사 (213) 385-4646)
<미주 한국일보 2008년 2월 25일자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