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면제 프로그램
비자 면제 프로그램 (Visa Waiver Program)이란 미국과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국민에게 최고 90일까지 비자 없이 관광 또는 상용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한국에서 관광 비자나 학생 비자를 받기 위해 미 대사관 밖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린 적이 있는 사람에게 무비자 시대의 도래는 실로 엄청난 변화다. 따라서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뜨겁다.
현재 미국과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주로 서유럽 국가들과 일본,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아시아 지역 5개국을 합해 총 27개국이다. 한국인들이 무비자로 미국을 입국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한미간 인적 교류가 늘어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비자 시대가 도래한다고 해서 모든 면이 좋아질 수는 없다.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한국에 적용되면 현재의 투자 비자 (E-2)와 학생 비자 (F-1) 신청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우선 한국인들이 많이 선호하는 투자 비자 (E-2) 신청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투자 비자는 외국인이 사업을 위해 미국에 거주하는 것을 허용하는 비자로, 미국 내에서 고용의 증진을 그 목적으로 한다. 미국으로 이민 오고자 하는 한국인들은 자녀 교육과 미국에서의 생활 방편으로 일정 액수를 투자하여 자기 사업 (예, 음식점, 세탁소, 잡화점등)을 하기를 원한다. 투자 비자를 받는 방법은 두가지이다. 첫째, 주한 미 대사관에 투자 비자 서류를 제출하여 인터뷰를 거쳐 투자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둘째, 미국에 관광 비자나 상용 비자로 입국하여 60일이 지난 후 이민국에 투자 비자로 신분 변경 (Change of status)을 신청할 수 있다. 현재 많은 투자 비자 케이스는 미국에서 신분 변경으로 이루어 진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투자 비자로 신분 변경을 할 때는 투자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어도 가능하다. 투자 지역과 투자 종목에 따라 투자 액수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캘리포니아의 경우 10만불 이상이면 투자 비자로 신분 변경이 가능하고 직종에 따라서는 5만불 정도만 투자하여도 가능하다. 반면에 한국에서 투자 비자를 받으려면 케이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25만불 이상을 미국에 투자하여야 미 대사관으로 부터 투자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투자 비자로 신분 변경을 하게 되면 해외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자녀 교육 때문에 미국에 빨리 와야 하고 미국에 많은 돈을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경우, 우선 관광 비자로 가족 모두 미국에 입국한 이후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하여 투자 비자로 신분 변경을 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많았다. 투자 비자를 받게 되면 배우자는 노동 카드 (Work permit)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취업 영주권을 신청하여 여행 허가서 (Advance parole)를 받고 난 이후 비로서 한국에 다녀 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무비자로 미국에 입국하여 투자 비자로 신분 변경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한국에서 투자 비자를 신청할 수 밖에 없다. 무비자 시대에도 주한 미대사관의 투자 비자 심사 기준이 현재와 비슷하다고 하면 적어도 25만불 이상을 미국에 투자하지 않고는 투자 비자로 미국에 들어 올 수 없다.
학생 비자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긴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미국에서 보다 나은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자녀들이 학생 비자를 받아 미국 사립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 학비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많은 가족들이 관광 비자로 미국에 들어와 60일이 지난 후 부모 중 한 사람이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을 신청하고 있다. 미국에서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하는 것은 한국에서 학생 비자를 받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다.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을 하게 되면 자녀들은 학생 동반 비자 (F-2)로 신분 변경이 가능해 공립 학교에서 무상 교육을 받을 수가 있다. 하지만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무비자로 입국하여 미국에서 학생 비자로 신분 변경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한국에서 부모가 학생 비자를 받거나 또는 자녀들이 독자적으로 학생 비자를 받아야만 미국에서 공부할 수가 있게 된다.
이 밖에도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영주권 신청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세밀히 살펴 무비자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경희 변호사 (213) 385-4646)
<미주 한국일보 2008년 1월 7일자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