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주재원으로 나와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때 가족들이 남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잘하고 있는 아이들을 다시 한국으로 데리고 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경우 미국에 남는 가족들은 어떤 신분을 유지해야 하며 영주권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문의가 많다.
취업이민으로 영주권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취업이민 첫단계인 노동부 심사가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재원의 경우 미국지사의 규모가 일정수준 이상이 되면 노동부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취업이민 1순위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취업이민은 노동승인, 이민청원, 그리고 신분조정의 3단계로 나뉜다. 하지만 고학력이나 특출한 능력을 가진 사람, 저명한 교수나 연구원, 그리고 관리자로 파견되어 나온 주재원은 노동승인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영주권 수속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재원이 취업이민 1순위로 영주권을 신청하고자 할때 다음의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첫째, 취업이민을 신청하기 전 3년 중에서 적어도 1년 이상 해외 본사나 계열 회사 혹은 자회사에서 관리자로 재직하였어야 한다.
둘째, 영주권 신청자가 관리자임을 증명하는 것은 영주권 신청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 가운데 하나이다. 중역이나 간부임을 증명하기 위해 단순히 부하 직원의 수나 신청자의 명목상의 직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주권을 신청하는 사람이 과연 업무상 중역이나 간부로서의 역할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세째, 미국에 있는 회사가 설립된지 적어도 1년 이상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 이에는 회사가 1년 이상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재정적 서류도 포함된다.
취업이민 신청 첫단계인 노동승인에 소요되는 경비와 시간을 고려할 때 중역과 간부가 이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커다란 혜택이다. 하지만 미국지사의 규모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취업이민 1순위가 가능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 본사에서 미국 지사를 설립하여 본사에서 중역을 법인장으로 미국에 파견한다고 하자. 주재원 비자 (L-1A)로 미국에 입국하여 미국 지사가 설립된지 1년이 지나 취업이민 1순위로 영주권을 신청하고자 한다. 하지만 지사 직원이 몇 명되지 않고 지난 1년간의 회사 실적도 좋지 못할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1순위로 영주권을 신청하게 되면 이민국은 취업이민 신청자가 업무상 중역이나 간부로서의 역할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을 엄격히 심사할 것이다. 통상 부하 직원 수가 몇명 되지 않으면 관리자 역시 부하 직원이 해야할 단순한 일을 겸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과연 직원이 몇 명 이상이어야 하고 회사 매출액이 얼마 이상이어야 하는 지에 대한 산술적인 기준은 없다. 왜냐하면 지사의 성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사 규모가 작을 경우에는 취업이민 1순위로 영주권을 신청하기 전에 반드시 그 가능성을 알아 보아야 한다. 실제로 지사 규모가 작은데 무리하게 취업이민 1순위로 영주권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의 규모가 작아 1순위로 진행하는 것이 무리가 따른다면 취업이민 2순위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시간이 걸리지만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더욱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희 변호사 (213) 385-4646)
미주판 한국일보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