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가족·전 직장상사 전화…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 가득

이민단체들 반이민정책 의심

의견수렴기간 반대운동 전개

국무부가 지난해 12월 여권신청서양식(DS-11)을 새로 개정한 데 이어 지나치게 사적이고 황당한 기재사항들을 포함한 개인이력 질문지양식(DS-5513)을 추가할 예정이라 그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질문지에는 이미 죽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가족들의 신상은 물론 신청자의 출생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거주지와 기간 다닌 학교주소와 기간 근무한 직장에 대한 주소와 전화번호를 기재토록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 직장상사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어머니의 산부인과 기록까지 적도록 돼 있다.

특히 가족관계 항목에는 신청자의 부모(계부나 계모도 포함)는 물론 형제자매와 자녀까지 생년월일과 출생지 그리고 시민권자 여부를 쓰도록 요구하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1년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일반병원에서 태어나지 않은 신청자들에 대한 질문이다.

여기서는 신청자가 태어날 때와 태어나기 1년전 그리고 1년후의 어머니 거주지를 쓰도록 돼 있다. 또 출생 당시 어머니의 직장 주소와 고용기간 출산 시설 주소와 주치의 이름 심지어 예약날짜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어머니의 미국 입국 당시 자격도 묻고 있으며 출생 당시 상황을 설명해야 하고 입회했던 사람들의 인적사항과 연락처까지 묻는 질문들도 포함돼 있다. 심지어 출생 후 행해진 세례 할례 등 종교적 의식의 날짜나 기관 장소까지 밝혀야 한다.

국무부는 이 양식을 모두 기재하는 데에는 45분이면 될 것으로 밝히고 있지만 이민단체들은 평생 동안 거주해온 주소지와 기간 일했던 직장의 주소와 전화번호 직장상사의 이름을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며 국무부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국무부가 이 양식을 연방관리예산국(OMB)으로부터 승인 받기 위해서는 60일 동안의 여론수렴 기간을 거쳐야 한다. 여론수렴기간은 지난 2월 24일부터 시작돼 4월 24일까지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귀화 시민권자의 여권 신청에 큰 불이익이 예상된다. 이에 이민자단체들은 이번 시도가 소위 '앵커 베이비'의 자동 시민권 부여를 막으려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며 영주권자들의 시민권 획득 의지까지 억제하려는 시도로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의견수렴기간 중 반대 여론을 집중시켜 이를 저지하는 운동이 전개될 전망이다.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1. 0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