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거절 당한 후 재판 회부 사례 급증…100건 중 20~30건…변호사들도 ‘당황’

#1. 모 어학원에서 1년째 어학연수를 하고 있던 이모(28)씨. 그는 지난해 여름 재정문제로 두 달 동안 학비를 내지 못하자 학원측으로부터 학생비자(F-1) 철회통보를 받았다.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된 것.

F-1 비자 구제 프로그램에 따라 3개월 뒤 다시 학비를 마련해 연방이민국(USCIS)에 비자 복원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문제는 곧바로 ‘추방 재판 회부 통지서’(NTA)가 날아온 것. 결국 이씨는 자진출국을 하고 말았다.

#2. 직장인 김모(35·플러싱)도 추방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전문인 취업비자(H-1B)로 취업이민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고, NTA까지 받게 됐다. 영주권 신청 뒤 H-1B 비자가 만료됐음에도 연장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최근 비자·이민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뒤 추방재판에 회부되는 경우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신청이 거절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거절 통보 뒤 곧바로 추방재판 통지서가 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

뉴욕·뉴저지 일원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전에는 이민신청 거절 뒤 NTA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나 최근에는 100건의 거절 사례 중 20~30건이 추방재판 통보를 받고 있다.

◇이민변호사들도 당황=요즘 문제가 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F-1·교환연수비자(J-1)와 관련된 케이스다.

이들은 비자를 상실했더라도 이후 5개월 내에 건강상의 이유로 학교 출석을 못했다는 등 합당한 비자 박탈 이유를 제시하면 비자를 복원할 수 있다. 이 조항 덕분에 유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진수 변호사는 그러나 “NTA를 받았다며 찾아오는 학생비자 복원 신청자가 많다”며 “이민 변호사들도 새로운 흐름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주권 신청 후 신분을 유지하지 않다가 가족·취업이민 신청이 거절된 한인들도 NTA를 받고 있다.

◇‘추방재판’ 구제방법 거의 없어=변호사들은 영주권을 신청했더라도 이전에 소지하던 비자 등으로 신분 유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단 추방 재판에 회부되면 구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최영수 변호사는 “이민신청을 거절만 당한 것과 NTA를 받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체류 신분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유지하라는 것 유일한 대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0. 0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