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이민국 직원 '뇌물영주권'  

한인 275명 관련 큰 파장 예상  

17년 전 캘리포니아에서 이민국 직원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된 한인 브로커를 통해 영주권을 받았다는 이유로 275명의 한인들이 적발돼 추방명령을 받았던 사건과 관련, 당시 추방대상이 됐던 한인의 자녀까지도 연방 정부가 영주권 및 시민권을 취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당시 부모를 통해 영주권을 받고 이후 시민권자가 된 한인 손영권(38)씨에 대해 연방정부가 시민권 무효화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고 14일 판시했다.

손씨의 부모는 지난 1993년 샌호제에서 이민국 수퍼바이저 리랜드 서스테어에게 뇌물을 준 한인 브로커를 통해 영주권을 받았다는 혐의로 적발된 한인들 가운데 하나로, 당시 미성년자이던 손씨는 부모와 함께 영주권을 받았고 2001년에 시민권을 신청, 시민권자가 됐다.

하지만 2003년 연방 국토안보부가 손씨의 부모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영주권을 받았다는 이유로 추방절차를 시작했고 이민법원은 2005년 손씨 부모의 추방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이어 2008년 이민세관단속국(ICE)과 법무부가 아들 손씨에 대해 시민권 무효소송을 신청했고 손씨는 이것이 부당하다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이에 대해 법원이 손씨의 시민권 무효화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이날 판결한 것이다.

리처드 스턴스 연방판사는 “불법적인 과정을 거쳐 시민권이 발급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정부는 시민권을 취소할 수 있다”며 '아들 손씨는 전적으로 부모의 체류신분에 근거해 영주권을 받았기 때문에 아들 손씨의 영주권도 불법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적발됐던 한인 275명은 브로커의 뇌물공여 사실을 몰랐던 선의의 피해자라며 마이크 혼다 연방하원의원 등이 이들의 구제운동에 나서기도 해 이번 판결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한국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0. 0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