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아버지 둔 남성 추방'

연방 대법원 심리 결과 주목

불법체류자 부모가 미국에서 자녀를 출생하면 미국 시민이 된다. 미국인 어머니와 외국인 아버지를 둔 해외출생 자녀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렇다면 미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를 둔 해외출생 자녀의 국적도 미국시민일까?

연방 대법원이 이에 대한 대답이 올 가을 내릴 예정이다.

연방대법원은 호기심에서 들여다 본 케이스를 심리하기로 전격 결정 결과가 주목된다.

케이스의 주인공은 루벤 플로레스-빌라르(35). 미국인 아버지와 멕시코 국적의 어머니를 둔 그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태어났지만 성장 후 친할머니가 살고 있는 샌디에이고로 이주해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던 그의 국적 문제가 불거진 건 22살 때 국경 인근에서 마리화나를 밀수하려다 적발된 후 밀입국자로 분류돼 추방조치를 받은 후부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플로레스-빌라르가 추방 명령을 받은 횟수만 5번이다. 추방을 면제받기 위해 법원에 호소했지만 하급 법원과 이민법원에서는 플로레스-빌라르의 체류신분이 불법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2006년에 임시 방편으로 미국인 자녀라는 자격을 내세워 신청했던 시민권도 거절당했다.

이민서비스국은 1986년 제정된 이민법을 내세워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민법에 따르면 1986년 이전에 해외에서 출생한 자녀의 시민권을 신청하려는 미국인 아버지는 최소 10년 이상 미국에 거주했고 이중 최소 5년은 14세 이상이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반면 미국인 어머니의 경우 출산 전 미국에 1년 이상 살았다는 것만 증명하면 자녀의 시민권을 신청해 받을 수 있다. 플로레스-빌라르의 아버지는 16살 때 아들이 생겼기 때문에 두 번째 조항 조건을 채우지 못해 시민권 취득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정부는 2002년 이민법을 개정하면서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해외출생 자녀의 조건을 완화시킨 상태다.

현재 미국인 아버지에게 요구하는 거주기간은 총 5년 이중 2년은 14세 이상이었음을 증명하면 된다.

한편 연방대법원이 해외에서 혼외정사 등으로 출생한 자녀들의 시민권 취득 권리를 아버지에게도 동등하게 부여할 경우 수십만명에 달하는 자녀들이 별도의 절차없이 미국시민권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릴 수 있어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0. 0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