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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법

재입국 2차심사 ‘끔찍’

Date: 02/05/2010
“추방재판 받을래, 영주권 포기할래?”

한국체류 잦은

한인들 공항서

온종일 곤욕

외국에 자주 또는 오랜 기간 다녀오는 영주권자들에 대한 미 이민당국의 재입국 심사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

지난 1995년 이민 온 영주권자 김모(45)씨는 1월 말 한국을 다녀오다 LA 국제공항(LAX) 입국심사에서 2차 심사를 받았다. 영주권자가 외국을 자주 다녀 ‘영주 의사가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오전에 도착한 김씨는 1년에 두 번씩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며 항공료는 어떻게 내는지 등 여러 질문에 대답한 뒤 어둑해질 때가 되어서야 공항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마켓 캐시어로 일하는 김씨는 가족들은 모두 한국에 있고 미국에는 혼자 살고 있다고 답했고 심사관은 미국에 계속 거주할 것이라면 법원에 가서 추방재판을 받든지, 그렇지 않으면 ‘방문비자’로 잠깐 입국한 뒤 미국을 떠나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김씨는 결국 영주권을 포기하기로 결정, 일주일 만인 지난 4일 한국으로 영주 귀국했다.

김씨가 영주권을 포기하는 상황에까지 몰리게 된 이유는 이민당국이 지난해 10월부터 영주권자에 대한 재입국 심사를 크게 강화했기 때문이다. 연방 세관국경국(CBP)은 지난해 10월부터 영주권자들에 대한 입국 심사를 강화했으며 장기 해외 체류자나 범죄 전과가 있는 영주권자들에게 ‘추방재판 출석통지서’를 발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민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전에는 ‘영주 의사’가 의심되는 영주권자나 범죄 전과가 있는 영주권자의 경우에도 ‘추방재판 출석통지서’(NTA)보다는 ‘추후조사’ 통보가 대부분이었지만 지난해 10월부터는 NTA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주권자 중 해외 체류기간이 연속적으로 180일을 넘기는 경우뿐만 아니라 뚜렷한 목적도 없이 해외 방문이 잦은 경우에도 우선 조사대상이 되고 있다. 만약 입국심사 과정에서 영주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하면 즉석에서 ‘영주권 포기서’(407)를 작성하게 되며 ‘방문비자’를 통해 입국해 미국생활을 정리한 뒤 출국해야 한다.

영주권을 유지하려면 NTA를 발부받아 법원에 출석해 판사에게 직업, 가족관계, 금전거래, 커뮤니티 활동 등을 사용해 영주 의사를 증명해야 한다.

김성환 이민전문 변호사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영주 의사를 입증할 자신이 없는 한인들 가운데 영주권을 포기하고 귀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영주권자에 대한 입국심사가 까다로워진 만큼 해외여행이 잦거나 외국에 오래 머물러야 할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민태 대한항공 LA 공항지점 입국팀장은 “최근 들어 심사가 강화되고 있는데 최근 3~5년 동안의 체류기간을 살펴 미국보다 한국이 많은 경우 영주권 포기 종용을 받고 있다”며 “실제로 공항에서 영주권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0. 02.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