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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법

“7월에 난 우리애가 웬 8월생?”

Date: 08/04/2009
미국서 태어난 자녀, 한국 출생신고 혼란

한국시간 환산 규정에 월·연 달라지기도

지난 7월31일 첫 딸을 낳은 한인 박모(38)씨는 LA 총영사관에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미국서 태어난 아이의 경우 출생 시간을 한국 시간으로 환산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오후 1시에 태어난 딸아이의 출생 시간이 8월1일 오전 5시로 돼 버렸다. 태어난 날은 물론 달까지 바뀌어버린 것이다.

총영사관은 한국 대법원의 가족관계 등록 예규상 ‘해외에서 태어난 자녀의 출생 신고는 한국 시간으로 환산해서 한다’고 규정돼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박씨는 “아이의 출생 날짜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출생 신고 신청 서류를 받아보고서야 알게 됐다”며 “날짜를 물론 태어난 달까지 달라져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에 출생 신고를 할 때 출생 시간을 한국 시간으로 환산해서 기록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출생 신고를 꺼리는 한인들도 적지 않다. 아이의 출생 날짜가 바뀔 뿐 아니라 매달 말일이나 12월31일에 태어났을 경우 태어난 달, 연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에서의 출생 날짜가 틀려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 여권과 한국 여권을 동시에 갖고 여행할 경우 두 여권 사이의 출생 날짜가 달라 공항 출입국 검사에서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각종 공문서상의 생일이 달라 증명서를 따로 첨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올 초 LA에서 자녀를 출산한 김모(33)씨는 “아이가 분명히 1일에 태어났는데 한국 가족관계 등록부에는 2일로 태어난 걸로 기록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금처럼 해외에서 태어나서 현지에서 사는 동포들이 많을 글로벌 시대에 굳이 출생 시간을 한국 시간으로 환산하는 것이 옳은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법원 예규는 출생을 제외한 사망 등 나머지 사건이 해외에서 발생했을 경우 발생 시각을 현지 시각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에 주민등록을 한 이중국적자 수가 5만명이 넘으며 이중 대부분이 출생 날짜가 서로 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09. 08.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