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전산망 장애로 해외서 비자업무 중단
주한 미 대사관 '불통'
정상화 시기 예측못해
국무부의 컴퓨터 전산장애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미국 대사관에서 여권 및 비자 발급 업무가 중단되는 바람에 '미국비자 대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미국 여행 관련 서류를 마련하려는 수백만 명이 대사관 앞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23일 국무부 영사국에 따르면 전세계 공관에서 비자나 여권을 발급하기 위해 접속해야 하는 국무부의 영사통합 데이터베이스(Consular Consolidated Database) 전산망에 지난 19일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장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공관에서 비자.여권 발급이 중단 또는 지연되고 있다. 정확히 얼마나 많은 신청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익명의 국무무 관계자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한 공관에서만 약 5만 건의 신청 서류가 처리되지 못하는 등 수백만 명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마리 하프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 문제는 특정 국가의 서류나 비자만이 아닌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현재 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해결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하프 대변인은 언제쯤 정상화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도 내놓지 못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는 국무부가 주로 비자를 승인하기 위해 신청서류를 심사하는 데 필요한 자료와 비자 발급기록을 보관하며 신원조회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조속히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 대부분의 공관에서 비자나 여권 발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만약, 시스템 장애가 장기화할 경우 9월 새학기에 맞춰 입국해야 할 유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되고 기업들의 주재원 파견, 미국에서 예정된 국제회의 등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전산장애가 발생한 시스템은 국무부와 해외 공관을 연결하는 것이어서, 미국 내에서 비자를 변경하거나 여권을 갱신.하는 경우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내 출생자들에 대한 신원확인이나 정보검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안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누군가 고의로 국무부 컴퓨터 데이터를 훼손한 테러라고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국무부측도 이번 문제를 "광범위한 업무단절"이라며 "업무수행에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할 정도다.
김문호·박기수 기자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4. 0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