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국 직원 통해 1년 내 영주권”“취업비자 해결”등 유혹 돈 받고 잠적

한인들 피해 속출
구제 방법은 막막

LA 인근의 한 전문학교를 졸업할 예 정인 한인 김모(28)씨. 유학생 신분의 김씨는 미국에 계속 체류할 방법을 찾 기 위해 학교 유학생 담당 사무실을 찾았다가 학교 직원이라며 접근하는 한인 남성을 만났다. 이 남성은 “이민 국 담당자를 잘 아는데 취업 현장실습 (OPT) 신청 등을 나를 통해 학교에서 하면 곧바로 나오고 취업비자까지 해 결된다”며 비용으로 1만달러를 요구했 다. 미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김씨 는 학교 직원이라는 말에 돈을 건넸지 만 이후 일주일 만에 이 남성은 연락 이 끊기고 말았다.

LA 한인타운의 직장인 박모(35)씨는 취업 영주권 수속 중에 사기를 당한 경 우.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한 한인 브로 커가 “이민국의 담당 변호사를 잘 아 는데 그 연줄을 이용해 대기기간 없이 1년 이내에 영주권을 받게 해주겠다” 며 5,000달러를 선금조로 받은 뒤 잠적 했기 때문. 박씨는“ 서류수속을 시작해 보지도 못하고 사기를 당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점이 많았는데 왜 알 아차리지 못했는지 화가 난다”고 분통 을 터뜨렸다.

이처럼 이민 당국이나 정부기관 등 의 연줄을 내세워 이민수속을 쉽게 해 주겠다며 거액을 요구한 뒤 잠적하는 이민사기로 인한 한인들의 피해가 잇 따르고 있어 이민신청 희망자들의 주 의가 요구된다.

LA 한인 전모씨는 2011년 결혼으로 영주권을 취득자격을 획득했지만 과거 비이민비자 서류 처리과정에서 생긴 불법체류 기록 때문에 영주권 취득이 늦어지자 한인 브로커를 소개 받았다 가 피해를 입었다. 이 브로커는 “이민 국에 아는 사람이 많아 대기시간을 줄 일 수 있다”고 현혹했고 이 말에 전씨 는 브로커에게 2,000달러를 건넸지만 곧바로 브로커와 연락이 끊겨 돈만 날 리고 말았다.

이민사기 상담기관들에 따르면 사기 범들은 상당수의 한인이민 희망자들이 신분이 불안하거나 현지사정에 어두운 점을 이용, 접근해 신분을 쉽게 바꿀 수 있다고 현혹한 뒤 “증거를 남기면 안 된다”며 현금으로 수천달러에서 많 게는 1만~2만달러까지 거액을 요구한 뒤 잠적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상담기관측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잘 드러나지 않지만 한인타운에서도 이민관련 사기실태는 상당히 심각하 다”고 말했다.

문제는 피해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구제가 힘들고 불법신분을 피하기 위해서는 비자 만료와 함께 무조건 미국을 떠나야 해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의 마리아나 기토머 공보관은 “아무리 억울한 경우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현재 공식적으로 이민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피해 사실이 관계 당국에 신고되면 피해자가 추방심사를 받거나 다른 비자 신청 때 참고사항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이민 희망자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을 미끼로 현혹하는 사기를 먼저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선애 변호사는 “영주권을 돈으로 사거나, 대기기간을 단축시키는 방법은 없다”며 “한인타운 내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나 사기범들의 경우 이민관련 상담을 인근 까페에서 하자며 피해자를 끌고 가는 경우가 많고, 무조건 착수금을 현금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경우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준 기자>

한국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2.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