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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법

주재원 비자 둘러싸고 갈등 증폭, 미국 내 일자리 손실 주장에…인력난 IT업계는 심사완화 촉구

Date: 04/04/2012
전문직 취업(H-1B)비자의 발급 제약으로 기업들의 주재원(L-1)비자 사용이 늘어나자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보기술(IT)산업 전문지 컴퓨터월드는 지난달 28일자에서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H-1B비자를 승인받은 기업들 순위를 공개하며 IT기업들이 해외출신 인력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T기업인 코그니전트가 1만540건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IT기업이 10위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기업뿐만 아니라 타 업종을 비롯한 일반 기업들은 제한된 H-1B비자 때문에 인력난을 겪게 되고 최근에는 H-1B 대신 L-1비자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1B는 연간 8만5000개로 발급 숫자가 제한되고 그나마 이 가운데 2만 개는 석사이상 학위를 가진 사람에게 따로 배정된다. 더구나 기업들에게는 평균임금(prevailing wage)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도 따르게 된다.

이런 제한 속에서 일부 기업들이 선택하고 있는 것이 L-1비자 제도다. L-1은 평균임금도 지킬 필요가 없고 쿼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융통성을 부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배우자가 노동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에 대해 미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이익단체들은 일부 기업들이 L-1비자 제도를 악용해 미국민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며 L-1비자 발급 규정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L-1비자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제약조건은 ‘전문지식의 보유’인데 이 규정은 해석에 따라 매우 포괄적으로 적용되므로 사실상 크게 제약조건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은 L-1비자를 이용해 전문지식이 부족한 해외 근로자를 미국에서 일하게 하면서 미국 근로자들이 일하는 방식이나 기술을 습득하게 한 후에 해외로 다시 보내는 식의 편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러한 미국 내 압력에 따라 최근 이민서비스국(USCIS)의 L-1비자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기각률이 높아지자 IT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 출신 우수인력들의 확보에 애로가 있다며 정부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의회에서도 과학기술(STEM) 분야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법안이 속속 상정되는 등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박기수 기자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2.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