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반이민법 도입 확산..불법체류자 추방 늘어

미국내 불법 체류자, 전체 인구의 7%로 추정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승리했지만 경기침체와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이민개혁에서 속도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오바마 행정부 들어 국외로 추방되는 불법체류자 수가 이전 공화당 정부보다 많이 증가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불체자의 빠른 증가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이처럼 불법이민을 근절하려는 연방정부 차원의 노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각주에서 강력한 불체자 단속법을 앞다퉈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불체자는 전체의 7%' =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2010년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불법 체류자는 1년 전보다 4만명 많은 1천79만명이다.

인종별로는 멕시코 등 중남미 출신인 히스패닉이 80% 정도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가 전체의 62%인 664만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엘살바도르(62만명), 과테말라(52만명), 온두라스(33만명) 순이다.

나머지는 아시아 국가로 필리핀(28만명), 인도(20만명), 한국(17만명), 중국(13만명) 순으로 불법체류자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인 불체자는 2008년 최고 24만명을 기록했다가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2009년 20만명으로 주는 등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 통계일 뿐 미국 언론은 실제 불체자가 2천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억1천만명인 미국 전체 인구의 7% 수준이다.

◇美 한인도 4명 중 1명은 서류 미비한 불체자 = 미국 내 한인 인구는 공식적으로 142만명인 것으로 집계됐으나 실제로는 25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한인사회는 인구조사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불체자라는 점 등을 들어 재미동포 평균 4명 중 1명, 지역에 따라 많게는 10명 중 3명이 불체자 신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인 불체자가 공식적으로는 17만명이지만 실제로는 50만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미국 내 한인 인구의 30% 정도가 불체자 비율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 주에 모여 살고 있다는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다만 한인 불체자가 히스패닉과 다른 점은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한 뒤 비자 기간이 만료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갱신을 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이다.

이런 사람 역시 불법 체류 신분이지만 국경을 넘은 불법 이민자(Illegal immigrant)와 구분해 서류 미비자(Undocumented)라고 불린다.

◇'불체자는 세금 도둑' =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로 불릴 만큼 피부색과 문화, 언어가 다른 수많은 인종이 함께 어울려 사는 다민족 국가다. 백인이 다수를 점하고 있지만 인종과 관계없이 전통적으로 이민에 매우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파생된 경기침체가 이민자를 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실업난이 심화하고 재정 적자와 세수 부족으로 교육과 복지 체계에 구멍이 뚫리면서 불체자가 일자리를 차지하고 세금을 좀먹고 있다는 인식이 고개를 든 것이다.

특히 미국사회의 근간이라 할 백인 중산층이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불법체류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백인 보수세력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공화당이 인권침해 논란을 무릅쓰고 강력한 불법이민 단속법 제정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16세 이전에 미국에 들어와 대학에 진학하거나 군에 입대한 불체자에 한해 영주권을 주자는 `드림법'(Dream Act)은 지난해 12월 공화당의 반대로 또다시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反) 이민법 도미노 = 애리조나 주(州)가 지난해 4월 `SB(상원법안) 1070'이란 강력한 반이민법을 도입한 이후 미국 각지에서 유사 법안이 속속 제정되고 있다.

애리조나 이민법은 일선 경찰에 불체자 단속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로, 경찰이 경범죄 용의자의 체류신분을 확인하고 멕시코 국경에선 불법체류 의심자에 대해 검문과 체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멕시코 등 중남미 불체자 단속을 노린 이 법안은 히스패닉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연방 법원은 핵심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애리조나법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지만 다른 주정부와 의회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유사 법안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앨라배마와 조지아, 유타, 인디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가 애리조나와 유사한 법안을 도입해 위헌 소송에 휘말린 가운데 올 상반기만 해도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40개 주에서 약 250개의 반이민 관련 법안이나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집계됐다.

직원 채용 때 연방정부의 전자고용인증(E-Verify) 시스템을 통해 불법체류 여부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한 주도 10개에 달한다.

중앙일보 발췌 (신문 발행일 2011.10.29)